조**사건, 당신이 아닌 ‘나’에게 묻기

달개비(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조**사건’이 회자되면서 아동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호소하는 내담자가 급증했다. 이번 사건으로 예전의 피해가 떠올라 불안, 초조, 분노, 우울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거나 식이장애, 불면증처럼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급작스럽게 겪게 되면서 당황스러운 마음에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애인이 있거나 결혼한 경우 파트너에게 성폭력 피해경험을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 자신의 피해 경험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도 같은 피해를 경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오래전 피해 경험을 다시 꺼냈을 때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할까봐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 오래전 일로 영향 받고 있는 자신이 비정상인지 의심하기도 한다. 피해 자체에 대한 힘듦보다 이후에 일상과 사회의 통념, 주변사람들의 시선에 더 버거워한다.

성폭력 상담을 하고 있는 활동가로서 ‘조**사건’을 계기로 피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는 것은 단지 조**과 같은 수많은 극악한 가해자를 사형시키거나 평생 감옥에 가두어 둔다고 해서 성폭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다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해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사건이 언론에 공개되고 극악한 성폭력에 대한 분노와 공포감이 사회를 뜨겁게 달구지만 가해자가 법적 처벌을 받고 나면 성폭력 재발 대책에 대한 관심도 함께 사그라지고 ‘**사건’으로 잊히는 것을 너무나 많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피해자와 일상을 함께 나누고 있는 개인들의 성폭력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다른 이들(가해자, 경찰, 검사, 판사 등)을 질타하는 것과 더불어 나의 성에 대한 인식을 점검할 때 성폭력 가해를 가능케 하는 일상의 견고함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 성폭력 사건이 이슈화 될 때 일시적인 관심이 아닌 매 순간 끊임없이 성, 성폭력에 대한 마음속 이야기들을 꺼내 놓고 들여다보고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

성폭력을 가능케 하는 일상의 견고함을 허물기 위해

나에게 묻는 질문들

◀ 성폭력 경험을 한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피해경험을 말했을 때 가족, 친구, 주변사람들이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과도하게 걱정하거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축소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성폭력 피해경험에 대해서 피해자의 시선, 언어, 감정을 나의 상식으로 판단하지 말고 인정할 때 피해가 드러나고 가해에 대해서 개입할 수 있다. 연쇄성폭력가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처음 가해를 했을 때 아무도 신고하지 않더라.’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성폭력을 피해자의 수치로 보는 사회적 시선이 가해자가 죄책감 없이 가해를 하는데 이용되고 가해를 용인하는 의도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 성폭력 가해는 다양하다. 끔찍하다고 생각되는 폭력을 동반한 강간 혹은 모르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성폭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강간이외의 성폭력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관대할 수 있다. 성폭력사건의 80%이상이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관계에서 반복적, 지속적인 가해가 이루어진다. 언뜻 보면 ‘폭력’이 ‘관계’로 포장되어 피해자의 진술이 의심받는 경우도 많다. 이런 성폭력에 대한 법 중심의 협소한 인식은 일상적으로 가해를 용인하는 결과를 낳고 성폭력 재범으로 이어진다.

◀ 나도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성찰이 필요하다. 성폭력 가해는 성욕이상자나 하는 행위라고 생각는 것은 성폭력을 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성폭력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가해자들도 성폭력은 나쁜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가해에 대해서는 합리화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성폭력 가해자로 문제제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성적인 행동을 할 때 자기 행동의 의미를 점검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성폭력은 일어나지 않게 된다.

◀ 성폭력을 여성성의 손상으로 보는 것은 피해자에게 두 번 고통을 주는 일이다. 많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성폭력 피해로 순결이 상실되었다는 사회적인 시선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또 말하지 못했다는 것이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으로 이어져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성폭력은 여성을 손상시키는 일이 아니라 인권을 침해한 폭력이라고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피해자를 돕고 그의 치유를 함께 할 수 있다.